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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13 (11:18) from 211.217.234.176' of 211.217.234.176' Article Number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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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성분야 여성참여 급증


창간 57주년 특집 / 문화.여성분야 여성참여 급증


2년전 어느 봄날 밤 서울 동숭동에서 열린 여성영화제 마지막날 폐막식을 잠깐 본 경험은 '과격' '독선'이란 여성운동의 이미지를 뒤엎을 만큼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늦은 밤 한 카페에서 색색의 풍선과 놀이판, 유쾌한 수다 속에서 만난 '여성운동가'들은 과격하다기보다는 발랄하고 씩씩했다. 올해로 벌써 5회째 열린 여성영화제와 안티미스코리아 대회는 '페미니즘'이 소수의 여성 엘리트와 여성단체라는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와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대중화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문화와 사회운동 분야에서 여성의 수적인 증가와 함께 질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문화분야는 사회활동의 자제를 요구받았던 여성들이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여성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그럼에도 문화의 공식적 부분, 즉 단체장이나 경영자로 활동하는 여성들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이 부분에서도 여성의 파워가 강화되고 있고 내용면에서도 페미니즘 문제가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신경숙, 은희경, 전경린으로 대표되는 여성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문학분야는 '감성의 전문가'인 여성들이 90년대 영상문화에 쫓기는 문학의 명맥을 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 변혁을 외치던 리얼리즘 문학이 퇴조하고, 개인의 내면을 응시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 각광받기 시작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문학의 여성화 경향은 매년 신춘문예 당선자 숫자를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올해 경향신문을 비롯한 주요 중앙일간지.지방지에서 실시한 신춘문예 당선자의 성비를 보면 소설 부문의 경우 총 14명 가운데 남자는 단 1명에 불과했고, 시.시조 부문에서도 14명 가운데 10명이 여자였다.


전통적으로 남성이 주도해온 학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의 여교수 비율은 아직 14.1%(국.공립대 8.8%, 사립대 16.1%)에 불과하지만 대학들은 여성계와 정부의 확대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금녀(禁女)의 벽이 높았던 서울대(여교수 비율 7.9%)도 지난 8월 법대에 '법여성학'을 강의할 여교수를 50년만에 처음 임용한 데 이어, 내년 6월 신규임용 예정인 117명 가운데도 여교수를 22명(19%) 뽑기로 했다. 특히 올 6월 국어국문학회의 첫 여성회장으로 이혜순 이화여대 국문과 교수가 선출되고, 10월 박명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첫 언론학회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보수적인 학계에서 큰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일찍이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해온 곳이 출판계. 여성 출판사 사장들은 "타 직종에 비해 일하기 유리하다"며 "경력이 높을수록 남자와 차별없이 평등하게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출판계"라고 말한다. 대표적 여성 출판사 경영인으로는 김영사 박은주, 사계절 강맑실, 푸른숲 김혜경, 마음산책 정은숙, 푸른역사 박혜숙, 이마고 김미숙, 새물결 홍미옥, 명진출판 안소연 등이 꼽힌다. 또 최근엔 남성들이 대부분이었던 출판사 영업직에도 강세를 보여 영업인들의 모임체인 '영인회'와는 별도로 여성 영업자들이 '여성 영인회'를 조직했다. 마음산책 정대표는 "출판계에서 여성들의 활동 부각은 피부로 느껴진다"고 전한다.


출판계는 또 페미니스트 등 여성운동과 관련한 책들도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지난 80년대 말∼90년대 초 여성운동과 관련한 책들이 엄청난 붐을 일으켰으나 외국 여성운동 사례나 여성운동가의 삶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근래엔 관련된 책의 양은 줄었지만 다양한 여성운동단체들이 활동하면서 우리의 것이 주된 내용을 이루어 질을 높였다는 것.


공연장에서도 우리나라 여성파워는 드러난다. 전국적으로 30여개가 넘는 직업 교향악단 단원들의 경우 60∼70%가 여성단원들이다. 외국 오케스트라 단원의 대부분이 반백의 남성 노장들로 구성됐지만 국내 오케스트라에선 볼 수 없는 풍경이다. 특히 바이올린, 첼로 연주자들은 악장과 수석을 제외하고는 거의 여성들로 채워져 있다. 힘있게 불어야 하는 관악기 파트도 남성 연주자들이 부족해 여성 연주자들로 이뤄져 있다. 이는 음악 전공자 가운데 여자가 남자보다 많은 이유도 있지만, 오케스트라 단원의 전반적인 대우와 사회적 인식이 낮아 남자 연주자들이 교향악단 정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무용의 경우도 비슷한 실정이다. 전국 51개(전문대 포함) 무용학과에서 1,500여명의 졸업생이 배출되는데 이 중 남학생 비율은 20% 이하에 머문다. 자연히 무용공연도 여성 위주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여성문제에서 가장 뒤떨어진 지대인 종교분야에서도 변화의 기운이 보인다. 그동안 신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지만, 종단의 주요 직책은 남성이 독점해왔다. 교리상의 남녀차별이 그 이유였으나 최근에는 각 종단의 주요 직책에 여성이 참여하는가 하면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여성 종교인들도 늘고 있다. 조계종은 1,600년 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3월 종단의 서열 5위에 해당하는 문화부장에 비구니인 탁연스님을 임명했고, 비구니부 신설도 추진중이다. 내년에는 비구니회가 주축이 되어 세계 비구니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6월엔 새만금 갯벌 살리기 기도순례에 오영숙 수녀(새만금 갯벌생명평화연대 집행위원장)와 비구니 스님, 원불교 여성교무가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회운동 분야에서도 페미니즘의 대중화는 두드러진다. 지난 9월 중순 여성단체연합은 내년 총선을 겨냥해 그동안 여성단체장의 총선 출마를 금지했던 협약을 풀었다. 여성운동의 기반이 탄탄해진 만큼, 정치권으로 여성운동을 확산시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여성운동에만 치중했던 1세대를 지나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김현숙 상임대표, 권인숙 명지대 교수, 김혜련 고양시의회 의원 (전 환경운동연합 간사), 주한미군 범죄근절운동본부 이소희 사무국장, 참여연대 양영미 간사 등 숱한 차세대 여성운동가들이 평화와 환경, 언론 등 폭넓은 사회운동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경향신문 2003-10-06 (특집) 이무경 기자lm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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