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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1 (10:47) from 211.217.234.3' of 211.217.234.3' Article Number :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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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아닌 세상을 편집해요

저자와 함께]'편집자 분투기' 펴낸 마음산책 대표 정은숙씨


"책이 아닌 세상을 편집해요”  




출판 불황 속에서도 새로 독립 출판사를 차리는 편집자들은 늘어만 간다. 주먹구구식 영업 행태가 사라지고 유통이현대화되면서 합리적인 사고와 풍부한 경험으로 전문성을 확보한 편집자들의 운신 폭이 커진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기업체와 달리 그동안 한국 출판계에서 노하우는 공유되지 않았다. 출판 편집자로서 20년 경력을 자랑하는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42·사진)가 그 관행 타파에 나서 자신의 내공 비결을 알렸다. 또 다른 편집자 출신이 세운 출판사로 출판계에 일정한 자리를 확보한 바다출판사를 통해 자신의 책 ‘편집자 분투기’를 내놓은 것이다.
그는 우선 후배들에게 편집은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라는 말을 전한다.


“출판편집자로 산다는 것은 우연히 한 거물 작가의 책을 상재해서 대박이나 노리는 그런 투기 형태의 출판을 할 수는 없다는 자각에서 시작됩니다. 더구나 책의 의미를 일련의 정연한 사고체계 그 자체라고 확대해서 보면, 책을 만든다는 것은 세상을 편집한다는 말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1980∼90년대 국내 출판계의 거인이었던 홍성사와 고려원 삼성출판사 열림원 등에서 소설가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이윤기의 신화소설 ‘뮈토스’, 현각 스님의 ‘만행’을 내놓은 역량을 갖춘 그의 발언이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


출판계의 기린아로 성장한 그가 기술적인 노하우를 가지지 않았을 리 없다. 문인과 학자 등 저자에게 청탁 전화를 하면서 상대방이 그동안 내놓은 작품에 대한 독후감을 말하면서 대화를 시작하는 것은 그가 자주 쓰는 방식이다. 편집자로 살아오면서 각종 베스트셀러를 만들거나 현장을 지켜본 그가 출판사 독립을 감행한 것은 2000년 8월이었다. 탄탄한 기획으로 우수한 편집자들이 거쳐간 출판사였던 ‘푸른숲’에서 자회사 형식으로 ‘마음산책’을 만들었다. 1년 후에 완전 독립했지만 당시 그가 기획한 출판 주제어는 ‘읽는 책에서 보는 책’과 ‘주제 전작(前作)주의’였다.  주제를 먼저 정하고 저자에게 원고를 쓰게 만든 책들은 물론, 풍경과 인물 사진 등을 결합하여 글의 시각적 효과를 한껏 살린 새로운 책들은 출간 즉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구효서의 ‘인생은 지나간다’, 조은의 ‘벼랑에서 살다’, 박영택의 ‘예술가로 산다는 것’ 등이 그렇다.


그러나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출판편집에서도 중요한 것은 사람이었다. 편집자로서 저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것은 물론 주간으로서 회사 안팎의 사람들과 최선의 답안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관계를 항상 최우선에 두라고 강조한다.


“출판 경력을 쌓아가면서 자신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저자를 수명 이상 확보하는 동시에 자신과 함께 근무하고자 하는 편집자들을 늘려가야 합니다. ”


편집에서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정 대표는 세월이 쌓일수록 비판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퇴행적 후회만을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비판을 달게 받되, 그 비판이 약이 되도록 자신을 조절해야 합니다.” 일하는 동안 자신과 맞는 출판사를 찾아내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자세도 편집자를 지향하는 이들이 되새겨 할 태도들이다.


출판사 안팎의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그는 출판사의 전직률이 놓은 이유도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 때문이라고 말한다. “출판사에 근무하다 보면 단순히 대우나 업무의 문제를 떠나 존재의 결핍감을 느끼는 순간이 반드시 오게 됩니다. 그 순간 여가 형태로 재충전을 하거나 자신을 신뢰하는 출판사에서 일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세심하게 작업해야 만들어지는 그의 책은 단순히 편집자들을 위한 ‘가이드 북’ 형식의 글들은 아니다. 오히려 ‘고인 기록’을 특유의 생산물로 만들어 내는 출판인의 노력에 대한 따뜻한 평가의 글인 동시에 일반 독자에게는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간적인 면에서 오롯이 담았다고도 볼 수 있다.



출판사 경영자로 일한 지 4년이 된 그는 10년 뒤쯤에는 ‘경영자 분투기’를 내놓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일부 자폐적인 성격과 활동적인 성향의 양면을 겸비해야 훌륭한 편집자가 되는 출판계에서 그가 전문 경영인의 노하우를 풀어놓을 10년 뒤를 벌써 기대해 본다. 바다출판사 1만2000원



글 박종현, 사진 허정호기자/bali@segye.com

(2004.9.11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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