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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1 (10:43) from 211.217.234.3' of 211.217.234.3' Article Number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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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는 자신만의 주파수로 각주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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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편집자 분투기' 저자 정은숙

“편집자는 자신만의 주파수로 각주 하나도 창의적으로 써야”



박영석기자 yspark@chosun.com

 
▲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책 만들어야 할 사람이 괜시리 책을 쓴 건 아니지…”라며 몇 번이고“쑥스럽다”고 했다. 그는“책 편집은 여러 가지 욕망 한가운데서 성취를 꿈꾸며 고통스럽게 도(道) 닦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한영희기자 yhhan.chosun.com  
 

우연한 사건이나 대상에 혼(魂)을 불어넣고 세상을 편집하는 일, 작가로 하여금 마음이 찢어지는 상처를 안고 글을 쓰도록 만드는 직업. 저자와 대중을 매개하는 ‘책 속에 가린 첫번째 독자’가 20년 출판 경력을 밑천으로 ‘출판편집자’의 세계를 책에 담아냈다.


정은숙(42) 마음산책 대표는 처음 저자가 되어 낸 책에서 그간의 시행착오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번민, 편집자로서의 책무를 서술하면서 후배와 미래의 출판인, 때로 스스로에게 말을 건넨다.


“경력이 쌓이면서 ‘기능적 직업인’이 아닌가 자문하고,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실수를 저지르고…. 10년쯤 이 세계에 몸 담았을 때 존재의 결핍감과 회의로 아주 절박해지면서 숨은 존재(편집자)들의 얘기를 메모로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정 대표는 “편집자는 조직인이 아니라 정체감을 지닌 독립된 회사나 마찬가지고, 작가·경영진과 소통되지 않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체험을 매뉴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대학(이화여대 정외과) 졸업을 며칠 앞둔 1985년 홍성사에 처음 입사, 고려원·삼성출판사·세계사·열림원을 거치며 ‘명 편집자’로 이름을 날린 그는 2000년 드디어 자신의 출판사를 차렸다.


정 대표는 “작가는 출판의 시작이자 모든 것”이라고 말한다. “맡았던 원고를 뺏겨 실연한 듯한 절망에 젖어도 봤지만, 그럴 땐 ‘언젠가 당신 작품을 꼭 내고 말겠다’는 ‘아름다운 복수’를 꿈꾸면서 작가와의 단절없는 동반자 관계를 되새김하곤 했죠.” 그녀는 “신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을 보여준 이윤기, ‘영원한 제국’의 이인화 같은 작가들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재미’를 일깨워 준 필자들”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자신이 펴낸 책들의 성·패 사례와 그 요인을 진솔하게 전한다. 덜 알려진 미술계 글꾼 박영택 경기대 교수의 ‘예술가로 산다는 것’(2001년)은 예술가 ‘개인’의 삶과 예술세계를 밀착 조명한 수작으로 꼽은 반면, 중국인 천재 바둑기사를 다룬 ‘우리 집은 어디인가’는 바둑독자가 아닌 일반인을 상정해 주석을 잔뜩 달고 모호한 제목을 붙인 바람에 실패한 사례로 들었다.

 
▲ 편집자분투기
정은숙 지음│마음산책  
 
‘무엇을 어떻게 만들까’를 고민하는 책 편집자에게 ‘문자(책)의 위기’는 흘려 넘기지 못할 화두다. “책이 지금 같은 사각(四角)의 종이 형태로 남을지는 알 수 없지만, 문자(text)는 한 작가의 이데올로기·세계관과 가장 진솔하게 만나는 접점인데 소멸할 리가 있겠어요?” 정 대표는 “책 편집자가 갈무리한 정보와 인터넷에 유랑하는 원전·출처를 알 수 없는 데이터 스모그(smog) 속 정보는 신뢰도에서 비교할 수 없다”면서 “잘못된 책을 펴낸 편집자는 사회에 대해 죄를 짓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정 대표가 그리는 ‘편집자’ 모습은 만능인이다.

“자신만의 주파수를 세우고 각주(脚注) 하나도 창의적으로 쓰고 기획부터 디자인·홍보까지 프로젝트 완성하듯 해내야 합니다.”

(2004. 9.11.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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