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남겨지거나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누군가가 죽으면 또다른 그 누군가는 자의든 타의든 반드시 남겨지게 마련인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자명한 진리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지 우리는 그 사실을 잊은 채 생활한다. 동전의 양면처럼 삶을 뒤집으면 볼 수 있고, 언제나 삶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죽음을 우리는 곁에서 떼어놓고 싶어하고, 삶의 대척점에 놓인 것으로 못박아둔다. 숨을 쉬고 있는 동안은 죽음이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찾아오지 않기를, 그로 인해 내가 상처받고 슬퍼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비극이 해일처럼 갑작스럽게 덮쳐오면 우리는 꼼짝없이 슬픔과 고통의 미로 안에 갇혀버릴 수밖에 없다.



죽음을 바라보고, 슬픔을 치유하는 또다른 방식


동양과 서양, 그리고 나라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장례식 풍경은 언제나 당혹스러움과 과도한 슬픔과 통곡과 회한과 망자에 대한 그리움이 뒤범벅된 고통의 도가니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망자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통곡하거나, 무언가에 넋을 빼앗긴 듯한 표정들이거나, 살아 있다는 사실이 큰 죄라도 되는 양 고개를 떨군 채 오열을 삼킨다. 장례식이 끝난 뒤 몸은 장지를 떠나지만 마음은 떠나지 못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묻힌 그곳을 한참 동안 서성거릴 것이다. 몸은 살아 있지만 마음은 이미 죽음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죽음으로 인한 충격,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정신적 혼란, 분노, 죄책감, 육체적 고통, 우울, 절망 들이 남겨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마구 휘저을 때 어떤 말로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모두 한번쯤은 그런 난처함과 안타까움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위로의 말과, 고통과 슬픔으로부터 그들을 끌어올릴 수 있는 지혜의 말 한마디가 절실한 순간이다. 이런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 우리 곁에 있다면 아마도 그 순간 느껴야 하는 안타까움과 무거움이 약간은 덜어질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흔히 쉽게 말한다. 빨리 잊으라고. 그러나 이런 말이 그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까? 랍비인 얼 A. 그롤먼의 잠언집『당신은 가고 나는 남았다』는 무조건 잊으라는 무책임한 말 대신 당황하지 말고 죽음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건너뛰지 말고 나선형의 계단을 오르듯이 차근차근 슬픔을 극복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 자체에 관한 책이나 죽은 사람의 영혼을 인도하는 책은 여럿 있지만 이처럼 남겨진 사람들을 위로하고 마음의 상처를 다독여 다시 일상의 삶 속으로 복귀하도록 도움을 주는 책은 아직 보지 못했다. 현재 미국인들의 삶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상담가로 명성이 높은 랍비 얼 A. 그롤먼의 잠언집『당신은 가고 나는 남았다』속에는 현재 가까운 사람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하고 있거나, 앞으로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지혜의 말들이 담겨 있다.



『당신은 가고 나는 남았다』― 랍비의 지혜가 담긴 잠언집!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했을 때의 삶』이란 책으로 25만 명 이상의 독자들에게 위안을 주었던 얼 A. 그롤먼은 『당신은 가고 나는 남았다』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아 상실감에 빠져 있는 사람들 곁에 가깝게 다가가 이야기한다. 성경을 비롯해서 유대인 작가, 철학자들의 지혜가 그의 온화하고 격조 있는 시적인 산문에 녹아 있다.


그롤먼은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어떤 단계를 밟아 새로운 삶에 이르는지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치유 여정의 인솔자가 되어 슬픔에 빠져 있는 모든 사람들과 앞으로 슬픔에 빠질 가능성이 100%인 우리 모두를 치유의 잔치에 초대한다.


이 책은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사람이 얼마나 깊은 죄책감과 슬픔에 빠지게 되는지에 대하여 손에 잡힐 듯이 섬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끝내는 그들이 어떻게 다시 삶의 리듬 속으로 복귀하게 되는지, 또한 어떻게 해서 그 깊은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하여 부드럽게 마음을 건드린 다음, 성찰을 통해 건져올린 지혜들을 안겨준다.


얼 그롤먼의 동료는 언젠가 그에게 말했다. "얼, 나는 당신의 종교적 신념에 동의하거나 당신이 믿는 종교를 선호하지도 않아. 그러나 내가 죽음에 대하여 정신적 혹은 정서적으로 완전하게 접근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신이 말하는 삶의 지혜에 대해서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껴."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을 치유해주는 지혜의 말들


□ 가능하다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빨리 인정하고 받아들여라.
□ 억지로 참거나 무조건 잊으려 하지 말고 슬픔을 솔직하게 표현해라.
□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자책하지 말아라.
□ 가족이나 친구 혹은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해라.
□ 슬픔과 고통을 건너뛰려고 하지 말아라.
□ 자신에게 위로가 된다면 어떤 것이든 시도해라.
□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이 필요하다.
□ 사랑하던 사람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라.
□ 슬픔에 빠진 이웃에게 위로의 손을 내밀어라.
□ 일상으로의 복귀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서평들


이 책은 사려 깊고 시적이다. 슬픔에 잠겨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 해롤드 쿠쉬너(『선한 사람들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의 저자)


그롤먼은 폭풍우 속에서도 고요함을 유지하면서 그 폭풍우를 건널 수 있는 다리를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을 확신을 가지고 말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 그롤먼은 슬픔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걸어가야 할 위안의 오솔길을 열어주고 있다. ― 잭 리에머(『당신의 가치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의 저자)


얼 그롤먼은 평안을 선물하는 위로자의 왕이다. 이 작은 책에 실려 있는 단어 하나하나는 그야말로 잘 닦여진 너무도 찬란한 보석들이다. ― 리차드 길버트 목사


현인세(옮긴이) 1958년생. 이화여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사회과학을 전공한 뒤 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