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9단 커플, 장과 루이의 인생극장!


2002년 12월 28일, 세계바둑계에는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맥심배 9단전> 결승전에서 ‘부부가 맞대결’을 펼치는 초유의 사건이 펼쳐진 것이다. (맥심배는 3번기 진행으로, 2국은 2003년 1월 중순경, 3국은 2003년 2월 중순경에 있다.) 이 화제의 주인공들은 바로 세계 최강 바둑커풀인 ‘반상의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과 남편 장주주 9단.


루이나이웨이는 2000년에 이미 한 차례 한국 바둑계를 뒤흔들어놓은 바 있다. 제43회 국수전에서 이창호와 조훈현을 꺾고 ‘외국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국수의 자리에 오른 사건이다. 이때의 사건을 사람들은 ‘밀레니엄 센세이션’이라 불렀다. 그리고 2년 후 이번에는 세계 최초의 부부 대국으로 다시 한번 바둑계를 진동시키려는 것이다.


누가 더 강하냐는 질문에 항상 서로를 가리키면서도, 시합에서는 절대 봐주는 일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이들 커플의 격돌을 놓고 바둑팬들과 관계자들은 시합 전부터 각자 우승자를 점치며 큰 기대와 관심으로 시합을 주시하고 있다.


세인들의 장주주와 루이나이웨이에 대한 관심은 그 바둑인생의 굴곡에도 있다. ‘중국에서 태어나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두 명의 바둑기사가 돌연 중국을 떠나 여자기사는 일본으로, 남자기사는 미국으로 건너가 10년 동안 ‘바둑집시’로 떠돌다 1999년 한국에 정착했다’는 이 대강의 스토리만으로도 단박에 몇 개의 궁금증이 유발된다.


‘중국의 바둑기사가 무슨 연유로 또 어떤 경로로 현재 한국기원의 정식기사로 활동하고 있는가?’ ‘이들은 왜 중국을 떠나 일본과 미국을 떠돌아야 했을까?’ ‘이들에게 바둑은 과연 무엇인가?’


장주주와 루이나이웨이의 자전적 기록,『우리 집은 어디인가』는 이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제공하며, 바둑을 향해 난 한 길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의 화두 ‘우리 집은 어디인가’를 우리 앞에 펼쳐놓는다.



장과 루이의 삶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바둑에는 복기가 있다. 이때 바둑기사는 자신이 둔 바둑을 다시 두면서 대국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진다. ‘바둑집시’에서 한국의 정식기사가 되기까지 자신들이 걸어온 길이 오롯이 담겨 있는 책 『우리 집은 어디인가』는 루이나이웨이와 장주주에게 있어 복기에 해당된다. 바둑은 물론이고 인생 자체에 대한 복기인 것이다. 바둑과 그들의 삶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이다.


그들의 굴곡 많은 뜨거운 바둑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그 굽이굽이에 감춰진 삶의 진실들과 서늘하게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한 가지 일에 인생을 건다는 것의 의미, 오로지 한 길을 걸어온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곡진함과 만나는 순간 우리의 인생 또한 다시 한번 복기의 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바둑을 통해 수행하듯 많은 것을 버리고 중요한 한 가지를 취하는 그들의 경건하고 겸손한 삶의 모습은, 많은 것을 가졌지만 정작 중요한 한 가지를 잊고 사는 우리들, 온갖 욕망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집은 어디인가』1·2권이 출간되기까지


루이나이웨이를 처음 만난 건 2002년 3월 9일. 한 대형서점의 웹진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읽고 나서다. “바둑에 매달리고 바둑을 공부하는 것이 무슨 의미냐”는 질문에 “바둑과 저는 하나예요. 딴 거 생각 안합니다. 해본 적이 없어요”라는 식으로 시종 소박하고 어눌하면서도 명료하게 대답하는 진정성에 끌려 그녀의 인생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됐다. 30대 여성이 조국에서 쫓겨나다시피 일본과 미국을 떠돌다 한국에 정착한 점, 2000년에 그 유명한 이창호와 조훈현을 누르고 국수에 오른 점, 그리고 세계 유일의 부부 9단이라는 점 등이 책 출간 욕망을 부추겼다.


기획이 진행되는 가운데 그녀로부터 책 한 권을 건네받았다. 중국에서 1년여 전에 출간된 『천애기객天涯棋客』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루이나이웨이와 장주주가 공동으로 쓴 자적적인 기록이었다. 이 책에서 루이나이웨이가 쓴 부분을 간추려 재구성하고 추가로 원고를 청탁하기로 했다.


그러나 번역 후에 우리는 장주주의 흥미로운 바둑인생에 빨려들어갔고, 애초에 루이나이웨이 한 사람에 맞춰져 있던 출간 계획에 전면적인 수정을 했다.


1종 2권의 책으로 나누고 1권은 루이나이웨이가 저자가 되고, 2권은 장주주가 저자가 되는 구성으로 바꾸었다. 그리하여 4부로 구성된 1권에는 루이나이웨이의 최근 한국생활, 중국에서의 바둑입문 과정과 선수생활, 일본에서의 유학생활, 결혼 후 미국생활과 한국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이 수록되었고, 3부로 구성된 2권에는 장주주의 중국에서의 바둑입문 과정과 선수생활, 미국에서의 바둑보급 활동, 루이나이웨이와 함께한 한국생활이 수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