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감성으로 흔들어 깨운 세상의 모든 시 - ‘시’만이 ‘시’가 아니다


두 권의 시집과 사진·미술작품이 담긴 네 권의 산문집, 박물관 기행산문집과 현대미술 에세이를 상재한 신현림 시인이 이번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시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모두 52편의 시와 해설이 담겨 있는 『당신이라는 시』는, 시를 통해 감성을 회복하고, 감성 회복을 통해 삶의 기쁨에 가깝게 다가서는 지름길을 열어보인다.


열애하는 심정으로 시를 읽고, 사랑하는 시 속으로 사라졌다가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경험하며 ‘잃어버린 사랑의 감정’을 되살릴 수 있었던 시인은 아름다운 시편들을 새롭게 찾아내고 자신만의 감성으로 읽어내면서 ‘시를 읊고, 인생의 깊이를 아는 일이 인생역전의 하나’임을 깨닫는다.
  

이 시집이 그동안 출간된 편집시집과 크게 다른 점은, 시의 범주를 시인이 쓴 시로만 한정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자신과 관계를 맺고 있는 세상의 것들을 모두 통틀어 시의 범주로 확장시키고 교감함으로써 신현림 시인은 시적인 요소를 품고 있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그것’이 아닌 ‘당신’이라는 이름으로 살갑게 부를 수 있으며, 삶의 열정을 고양시키고 절정에 이르게 하는 그 ‘당신’들이 그대로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시인은 숨어 있는 좋은 시들, 시보다 더 아름다운 노래말을 시인의 감성으로 흔들어 깨워 시 읽는 기쁨을 통해 삶의 기쁨에 불을 당긴다.   



가슴을 울리고, 전율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시다   


수록된 시들을 보면 이 책의 특징이 돌올하게 드러난다. 『당신이라는 시』 안에는 팝송과 재즈의 노래말, 가곡이나 민요, 샹송, 칸초네, 영화 속에서 만나는 노래말들이 시인이 쓴 시들과 나란히 놓인다.
  

시인은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 익숙한 것과 낯선 것, 장르의 경계를 넘나들며, 가슴을 울리고 전율하게 만드는 세상 모든 것들을 ‘시’라는 이름으로 끌어안는다.
  

시를 얘기하는 시인의 언어는 직접적이지 않다. 시를 설명하는 대신, 시 혹은 시적인 그 무엇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자신의 일상을 드러냄으로써 과연 시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의미인가, 어떤 마음으로 시를 보아야 하는가, 라는 문제들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한다. 때로는 나직하게 탄식하고, 시 한 구절을 입에 넣고 굴리면서 시의 참맛을 음미하기도 하고, 때로는 통째로 삼켜 삶의 피로를 씻어내리며, 시와 더불어 사는 삶의 환희를 노래한다.    

  

<1부>에는 사랑의 감정을 노래한 시와 노래말들이 담겨 있다.

 

서정시의 정수인 김소월의 시를 시작으로 사람과 사람?사물?자연의 관계에서 파생되는 인간사를 다성적인 울림으로 전해주는 시편들이 이어진다.
  

구전민요인 <아리랑>, 영화 <헤드윅>의 삽입곡(<사랑의 기원>), 중국 고전『금병매』의 절창, 비틀즈(<나는 패배자>)와 칠레의 민중가수 빅토르 하라(<홀로>), 일본의 록밴드 ‘X-재팬’(<눈물>)과 영국의 ‘라디오 헤드’(<크립>)의 주옥 같은 노래말들, 제시 그리어의 재즈곡(<당신과 나>)과 툴리오 파네의 칸초네(<급류>) 노래말 등이 이상, 김용택, 이와다 히로시, 김정환, 안도현, 김경미, 등 시인들의 시와 한데 어울려 감성을 자극한다.           

 

 <2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좋은 시와 노래말이 담겨 있다.    

   

음유시인이라 불리는 밥 딜런(<바람만이 아는 대답>), 러시아 국적의 한인가수 빅토르 최(<변화>), 마돈나(<처녀처럼>), 짐 모리슨(<사람들은 이상하다>), 제니스 조플린(<썸머 타임>) 등 록 가수들의 노래말은, 그동안 가져왔던 시에 대한 견고한 편견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김수영, 최승자를 비롯해 황인숙, 송찬호, 함성호 등 젊은 시인들의 시와 생의 깊이를 노래한 이백, 김종삼, 고은, 신경림, 틱낫한, 세사르 바예호, 파블로 네루다 등의 시편들은 마음의 빈곳을 찾아 깃들이며, 가열차고 충만한 삶으로 이끈다.  



모든 이의 가슴엔 시인이 있다   


시인은 시가 삶의 보물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시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굉장한 것이 있다. 과학과는 다른 방법으로 우리를 현명하게 만든다. 심장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마음의 눈을 간직하여 삶의 비밀을 일깨우며 우리의 감각과 감성을 예리하게 키워준다.”
 

『당신이라는 시』를 통해 숨겨진 좋은 시와 노래말 속에 감춰져 있던 시를 불러낸 시인은 모든 이의 가슴 한구석에서 잠들어 있는 시인의 감성을 깨운다. 순간순간 ‘기이하고 뜨거운 기분, 그리고 영감을 느끼는’ 시인의 감성을 통해 ‘어느 누구라도 시로 보이는’ 순간의 절정을 경험하자고, 시인의 감성으로 세상을 새롭게 보자고 나직하게 읊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