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시집』,  시인 김용택이 세상 앞으로 띄우는 연서, 일곱번째 신작시집


‘섬진강의 시인’이라 불리는 김용택 시인의 일곱번째 신작시집인『연애시집』이 출간됐다. 대부분 미발표인 신작시 62편으로 채워진 이번 시집에는 특히 시인이 ‘10년 넘게 고이 간직하고 있던 시들’도 포함되어 있다.


<자서>에서 시인은 ‘어느날 갑자기 시가 쓰여’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시가 되었’고,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다 내 말이 되어’주었다는 시인의 말처럼, 어느날 자연이 시인에게 말을 걸어오고, 그에 대한 화답인 듯 시인은 ‘푸른 산천을 뚫고 오는 흰 빗줄기 같은 시’들을 이 시집 속에 거침없이 쏟아냈다.


특유의 질박하고 꾸밈없는 언어로 서정적인 시세계를 일구어온 김용택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특히 연애시라는 형식을 통해 사람과 자연, 인생에 대해 더 한층 농밀해진 사유와 더불어 그것들 사이의 따뜻한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사랑 없이 어찌 한 순간인들 살겠는가’라는 시인의 말은 ‘설렘과 떨림 그리고 애틋함이 묻어나오는’ 연애시편들 속에서 큰 울림을 획득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과 연애한다는 것


<발문>에서 이문재 시인은『연애시집』을 ‘생명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연애편지’로 읽고 있다. 사람과 자연 위에 포개지는 시인의 그윽한 시선은 철따라 피고지는 섬진강변의 꽃들, 풀잎, 나무, 산, 강물의 사소한 움직임과도 교감하며 그 속에서 웅숭 깊은 사랑을 길어올리고 있다.

이문재 시인은 ‘대상에 대한 병적인 집중’ ‘전 존재를 내던지지 않고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라는 점에서 연애와 시쓰기가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연애편지를 쓰는 순간 ‘나’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나’와 혹독하게 대면하듯이 시쓰기 또한 ‘지금 앞에 없는 그대와 한바탕 목숨을 건 전쟁’이라 말하는 그는, 시「당신의 꽃」을 통해 진정한 사랑에 이르는 과정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세월이 흐르고 참과 거짓이 뒤바뀌고 화자가 사랑의 참모습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깨달아가는 사이, 화자는 '나' 밖에서 눈부시게 피어 있는 꽃이었던 '당신' 즉 바깥에서 찾던 꽃이 바로 내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순간 드디어 바깥, 즉 ‘당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화자는 진정한 사랑에 도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나’ 자신과의 만남, 스스로 스스로를 발견해야 한다는 통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 시집에서 두드러지는 또하나의 특징은 <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옛사랑을 회억하는 ‘혼자의 생태학’이다. 그래서 ‘시의 형태는 짧고, 시어들이 빚어내는 의미들은 난해하지 않’으며 ‘소박, 담백’하다. 그리고 이 소박, 담백한 시들이 모여 하나의 분명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작은 산그늘에 붙잡혀도/가지 못하는 풀꽃같이/사는 사람’ ‘이슬이 옷깃을 적시면 무거워서/산길에 앉아 쉬는 사람’ ‘강가에서 강이랑 나무들이랑 아이들이랑/오래오래’ 사는 사람, ‘저물어오는 산 같은 그리움을 품은 사람’ ‘해 지면 금세 잠드는 아주 작은 풀꽃같이/ 산그늘 끌어 덮고’(「그 사람」) 잠드는 그 사람, 김용택 시인의 맑고 눈부신 서정의 세계는 이번 시집에서 더 한층 빛을 발하며 세상을 맑게 씻어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