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상상의 바퀴로 현실을 밀고 나가다!


김창완 밴드의 리더이자 배우, 방송인으로 활약 중인 김창완. 몇 해 전부터 “판타지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해온 그가 공들여 쓴 이야기들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그의 노래들은 때로 아이처럼 천진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때로는 읊조리는 잔잔한 목소리로 우리 마음을 위로해왔다. 생물학적인 나이를 뛰어넘은 그의 이미지는, ‘산울림’을 아껴온 30∼40대부터 ‘김창완 밴드’로 형성된 10대 팬들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환상 스토리’란 부제가 말해주듯 이 책은 작가의 상상력을 극대화한 이야기 모음집이다. 그동안 시詩로 응축돼 있던 그의 말들이 상상의 바퀴를 달고 현실을 종횡무진 누빈다. 여기 실린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그의 노랫말처럼 제각기 다른 빛깔을 띤다. 그러나 어느 한 편도 아이처럼 마냥 천진난만하거나 마냥 쓸쓸하지는 않다. 하나같이 쉬운 말들이지만 그 속엔 우리네 삶을 곱씹게 하는 뼈가 박혀 있다.


김창완이 노래할 때만큼이나 즐겁게 써 내려간 이야기, 연필 끝에서 흘러나온 갖가지 음악들에 한껏 귀기울여 보자. 환상 스토리에 곁들인 43컷의 그림들이 즐거움을 더할 것이다.



무지개처럼 다른 빛깔, 다른 울림을 주는 여섯 가지 이야기


오늘이 몇 년 모 월 모 일이라는 게 뭐 대수인가? 바다 속에서는 날짜도 계절도 없다. 그래도 모든 것이 태어나고 사라지고 평화롭고 풍요롭고 인자하고 끝까지 인내하지 않는가?
침묵의 세계여!
─「사일런트 머신, 길자」에서


표제작 「사일런트 머신, 길자」는 세상의 온갖 소음에서 벗어나고픈 발명가 이씨의 이야기다. 아내의 잔소리, 흉악한 사건을 보도하는 뉴스, 도로를 내달리는 자동차 소리 같은 것들이 모조리 사라진 세상을 한 번쯤 꿈꾼 이들이라면 주인공의 발명품에 쾌재를 부를 터. 소리가 사라진 순간 벌어지는 혼돈도 때로는 감내하고 싶어진다. 여기서 ‘소리’란 물리적인 소리 이상임을 짐작하기에 더욱 그렇다.


고양이 죠죠와 그 가족의 삶을 그린 「숲으로 간 죠죠」와 「죠죠 그 이후」는 동화처럼 아름답고도 슬픈, 그러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이야기다. 작가의 분신처럼 느껴지는 죠죠의 성장기는 책을 덮은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소설 속 허구와 현실이 교차하는 「M. C. 에셔(1898∼1971)」, 가슴 저릿한 아픔과 상실에 관한 이야기 「유니」, 진실과 거짓과 위선의 경계를 묻는 「윤 판사와 소매치기」 등, 한 편 한 편이 톤을 달리한 삽화와 맞물려 각기 다른 울림을 준다. 짧은 이야기들에 담긴 위트와 풍자, 리얼리티에 어떤 땐 웃음이 쿡쿡 나오고, 순간 코끝이 찡해오기도 한다.


작가 김창완이 깔아놓은 ‘이야기 주단’은 다양한 울림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동안 뮤지션이자 방송인으로서 다하지 못한 ‘위로’의 말들을,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우리에게 건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