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적 삶, 경쾌한 사생활
“농담을 좋아하는 유쾌하고 실없는 내가 여기 있다”

 

작가 김영하가 지은 생각의 집, 『랄랄라 하우스』는 2005년에 처음 출간되어 독특한 콘셉트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 후 7년이 지난 2012년, 원고를 추가하고 편집과 디자인을 새롭게 하여 개정판을 출간했다. 김영하 작가의 재기발랄함이 그대로 묻어난 『랄랄라 하우스』가 새로운 모습으로 독자들을 만나러 온 것이다.
그동안 작가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몇 권의 소설과 에세이를 냈고, 서울을 떠나 외국을 떠돌고 있으며, 책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고양이 방울이는 2011년 세상을 떠났다. 김영하 작가는 「책을 내면서」에서 이제는 세상을 떠난 방울이를 기린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던 아파트 베란다에 몸을 쭉 늘이고 누워 있던 방울이의 나른한 모습이 떠오른다. 이 책에 실린 모든 글들은 그 아파트에서, 방울이와 함께 살던 시절에 쓴 것들이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니 글도, 그 글을 쓰는 나도 정말 낯설고 생소하다. 농담을 좋아하는 유쾌하고 실없는 내가 거기 있다. 방울이가 없었다면 이 책은 아마 색깔이 많이 달라졌거나 아예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어리석고 식탐 많고 아름다운 고양이 방울이에게 이 책을 바친다.
-「책을 내면서」에서

 

“삶의 어떤 부분은 그냥 ‘랄랄라’로 처리되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작가 김영하, 그가 직접 전하는 작가의 일상과 생각, 세상과의 소통의 흔적을 들여다본다.


 

작가가 세상의 이야기를 찾아내기까지
“인생의 버스는 항상 엉뚱한 곳에 우리를 내려놓는다”

 

우연히 함께 살게 된 방울이와 깐돌이 이야기로 시작하는 『랄랄라 하우스』에는 김영하 작가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설가로서의 김영하는 물론 일상인으로서의 김영하를 엿보고, 발명가 같은 기발한 상상력과 현실에 대한 날카롭지만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태극기에 대한 단상과 주민등록번호제도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며 사회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고, 어린 시절 보았던 <소년중앙>을 떠올리며 ‘개인 휴대 말풍선 발생기’를 상상하기도 한다. “우리가 말을 하면 이 기기가 그것을 말풍선으로 만들어 공중에 띄우게 된다. 내가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면 그 말은 상대방의 고막을 울리기도 하지만 내 머리 위에 떠오른 말풍선 위에도 그대로 나타난다.”(66쪽, 「말풍선」에서) 남들이 흔히 하는 금연에도 ‘애도의 금연법’이라는 다분히 작가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저자가 헌책방에서 자신의 책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무력감을 전하고, 서점에서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책을 못 사게 하는 남자를 발견하고는 웃음 섞인 저주를 내린다.

 

한 여성이, 물론 무척 아름답고 지적인 풍모를 지닌 분이셨는데, 신중하게 내 책을 집어 들고 한참을 뒤적이더니 그것을 들고 계산대로 가는 것이었다. (…) 바로 그때, (…) 그는 그녀가 사려던 내 책을 빼앗아 일별하더니, “골치 아프게 이런 건 뭐하러 사냐? 돈이 남아도냐?”라고 말하고는 그 책을 아무 매대에나 던져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낚아채 서점 밖으로 휭하니 나가버렸다. 나는 그 둘이 어서 헤어지기를, 진심을 다해 기원했다. 꼭 책을 못 팔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148쪽, 「소설가」에서

 

얼음과 석유를 왜 함께 파는지, 때밀이는 왜 수영 팬티를 입는지 궁금해하는 걸 보면서는,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일상에 대한 심상한 작가의 통찰을 느낀다. 또한 『검은 꽃』의 탄생 배경을 작가에게 직접 듣고, 현장독서법이나 이중언어 문예지 등 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흥미를 느낄 이야기도 담겨 있다.
소설가의 사생활을 엿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35세를 넘어가면서 느꼈던 점과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갔던 이야기, 어머니와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등을 읽다 보면 소설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추억의 사진첩’에서는 그동안 다녔던 여행의 흔적들과 작가의 젊은 시절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작가를 콧노래 부르게 하는 것들
“어쩌면 그때부터 유랑의 서사에 매혹되었는지도 모른다”

 

작가 김영하를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인들이 하는 말을 통해 김영하라는 작가, 사람을 유추해볼 수는 있다. “영하 형의 짧은 글들을 읽게 되면 당장 만나고 싶어진다구요, 중독인가?”(이우일, 만화가) “한 줄의 문장에도 무한한 각주를 달 수 있는 사람!”(이적, 가수) “김영하는 늘 여행 중이다.”(유하, 시인/영화감독)
그러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바로 『랄랄라 하우스』다. 읽다 보면 ‘랄랄라’ 흥얼거리게 되는 책, 작가 김영하의 “묘하고 유쾌한 생각”들이 모인 집, 『랄랄라 하우스』에서 벌어지는 즐거운 일상의 반란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