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 수상 시인, 음악과 같은 언어로 삶을 어루만지다
“세상을 사랑하기 위해 세상을 걷는다”

 

퓰리처상 수상 시인, 메리 올리버가 아주 아름답고 투명한 산문을 썼다. 자신의 신념과 생각, 영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완벽한 날들』에서 메리 올리버는 인간을 포함해 지구상의 놀라운 창조물과 지구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응시하고 이를 시인의 언어로 풀어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언어로 그려내는 찬란하지만 소박한 이미지를 볼 수 있다.
메리 올리버는 소설가 김연수가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기러기」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국내에 알려졌지만, 정작 한국에 출간된 작품은 『완벽한 날들』이 처음이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등을 받았으며 79세인 지금도 여전히 시인으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가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 시인”이라고 칭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시를 읽고 인용한다. 2009년 9‧11테러 희생자 추모식에서 부통령 조 바이든이 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를 낭독한 것을 보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산문과 시를 통해 메리 올리버는 죽음과 기억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시인이 50여 년을 살고 있는 프로빈스타운에서 쓰레기의 요긴한 쓰임에 경탄하며, 어린 시절에 겪은 자연의 미스터리를 기억해낸다. 또한 자신이 존경하는 워즈워스와 에머슨, 호손에게 헌사를 바치며 자신의 문학적 유산을 밝힌다. 이 책에서 올리버는 “영혼과 풍경 사이의 관계”를 말하고 있다.

 

시인들도 읽고 공부해야 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몸을 기울여 속삭이고, 소리치고,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니면, 옛날 책들을 그대로 베끼는 게 낫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절대 아니다. 우리의 오래된 세상에는 늘 독보적인 표현을 할 수 있다고 느끼는 새로운 자아가 헤엄쳐 다니니까. 중요한 건 그것이다. 촉촉하고 풍성한 세상이 우리 모두에게 새롭고 진지한 반응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세상은 아침마다 우리에게 거창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 책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서문」에서

 
 

『월든』을 잇는 자연과 언어, 삶에 관한 깊은 사유
“우리는 이미 낙원에 살고 있다”

 

『완벽한 날들』은 프로빈스타운 주변의 자연과 자신의 이야기, 그리고 동반자였던 몰리 멀론 쿡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과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 평소 하던 생각과 그 안에서 깨달은 것들이 담긴 음악과도 같은 산문을 통해 우리는 시인의 삶을, 의식을 어렴풋이 느낀다. 그 가운데 시 몇 편이 담겨 있는데 올리버는 이를 “작은 할렐루야”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 시들은 “그저 책갈피에 앉아 숨만 쉰다”라고 말한다.
자연시인, 생태시인이라 불리는 메리 올리버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곳이 바로 ‘낙원’이라고 말한다. 썰물 때 밀려 올라와 모래밭에 갇힌 아귀에 대해, 고래가 뿜은 물안개 세례를 받는 기분에 대해 이야기하며 올리버는 그녀 세상의 중심에서 자신을, 자신의 체험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초대한다. 자연을 예찬한다는 면에서 에머슨, 소로에 비견되기도 하지만, 메리 올리버는 인간을 중심에 놓고 자연을 바라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받아들인다. 그 속에서 “아주 평범한 순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몇 해 전, 이른 아침에 산책을 마치고 숲에서 벗어나 환하게 쏟아지는 포근한 햇살 속으로 들어선 아주 평범한 순간, 나는 돌연 발작적인 행복감에 사로잡혔다. 그건 행복의 바다에 익사하는 것이라기보단 그 위를 둥둥 떠다니는 것에 가까웠다. 나는 행복을 잡으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행복이 거저 주어졌다. 시간이 사라진 듯했다. 긴급함도 사라졌다. 나 자신과 다른 모든 것들 간의 중요한 차이도 다 사라졌다. 나는 나 자신이 세상에 속해 있음을 알았고 전체에 속박되어 있는 것이 편안했다. 그렇다고 세상의 수수께끼를 푼 기분을 느낀 건 결코 아니었고 오히려 혼란 속에서 행복할 수 있었다.
- 62쪽 「완벽한 날들」에서

 

메리 올리버는 시인들과 작가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워즈워스의 “미와 기묘함”의 “회오리”, 호손의 “다정한” 면, 에머슨의 “인간이 진실에 눈뜨면 자기 삶의 모든 육중한 돛들을 도덕적 목적을 향해 돌릴 것”이라는 믿음. 이러한 글을 통해 우리는 그녀의 문학 기원을 짐작하고 그들로부터 가르침을 얻는 모습을 발견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에머슨의 부재로 인해 문학적, 사색적 삶뿐만 아니라 감정적, 공명적 삶에 있어서도 궁핍해짐을 느낄 이유가 100가지는 되지만, 세상의 찬란하고 위태로운 현재에 생각의 문을 여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은 없다. 나는 가치 있는 일을 시작할 때마다 에머슨을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수준 이하의 상태에 있을 때도 그는 내 곁에서 자애롭고 다정하면서도 단호하게 나를 바로잡아준다. 그는 어느 작가 못지않게 내게 심오한 가르침을 주고 있으며, 우리가 맺을 결실은 예측 가능하다.
- 85쪽 「에머슨 : 서문」에서

 

 

시인의 속살, 시인이 세상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너는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

 

시를 쓴다는 것은 “다른 노동과는 다르다”라는 천생 시인 메리 올리버. 시와 달리, 장시간 산문을 쓰면 작업의 무게를 느낀다는 그녀가 써낸 산문이기에 더욱 깊이 와 닿는다. 그녀의 말처럼 용감하게, 차분히 흐르는 글은 메리 올리버의 생각과 신념을 찬찬히 드러내 보인다. 혼란 속에, 평범한 순간 속에 놓인 우리 삶 자체를 받아들여 자연의 경이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그야말로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찬사인 것이다.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고 프로빈스타운의 자연에 둘러싸여 지내는 메리 올리버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준다. 더 나아가 “우리를 자연계에 존재하는 우리의 근원과 그 아름다움, 공포, 신비, 위안과” 연결해준다. 미국 시인 맥신 쿠민은 소로가 “눈보라 관찰자”라면 올리버는 “늪지 순찰자”이며 “자연 세계에 대한 포기할 줄 모르는 안내자”라고 일컫기도 했다.
소설가 김연수가 “나만 좋아했으면, 싶은 사람”이라고, “나만 읽”었으면 하는 작가라고 말하는 메리 올리버. 그런 그녀가 자신의 모습을 읊조리듯 드러낸 『완벽한 날들』. 이제 이 눈부신 산문을 읽을 기회가 한국 독자 앞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