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에서 생긴 상처 …… 결국 ‘말'이 ‘약'이다


연애 앞에서는 누구나 속수무책이다. 최선책도 해결책도 없는 연애의 소용돌이. 이를 헤쳐나가기 위한 한 가지 방법으로 우리들은 ‘책'을 읽는다. 연애라는 질병에 대해 면역이 생기기를 고통스럽게 기다리기보다 한 알의 약에 의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약을 구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약은 세상에 없으니 약국 대신 서점으로 달려가게 되는 것이다.


여기, 젊은 언어학 전공자 박현주가 언어를 주성분으로 한 효능 좋은 신약을 발표했다. ‘연애의 언어에 대한 51개의 처방전'이라는 부제가 붙은 『로맨스 약국』은 연애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는 이들에게 해열제이자 진통제고, 항생제이자, 영양제가 되어줄 책이다.


“언어와 연애는 인간에게 고유한 것이고, 둘은 서로를 통해서 실현되게 된다”는 통찰에 의해 씌어진 이 책은 사랑을 언어학적 감수성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연애상담서뿐 아니라 사랑을 심리, 철학, 정신분석, 생리학적으로 분석한 책들과도 차별성을 지닌다.


“진부하게 반복되는 말들 속에 우리가 앓고 있는 병의 본질이 들어 있다”는 진단에 따라 주삿바늘처럼 따끔한 분석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반복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 조금 덜 아픈 연애를 하기 바라는 저자의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결국 『로맨스 약국』에서 우리가 구할 수 있는 것은 효과 높은 쓴 약이자,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반창고다. 이 책은 우리를 치유로 이끌어주고, 좀더 현명한 연애를 꿈꾸게 한다.

“때로는 감기처럼 가볍게 지나가고 때로는 독감처럼 오래 앓게 한다. 백신도 없는, 감염율 100퍼센트의 질병.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을 만큼 심하지 않고, 완치되지 않아도 그냥 살아갈 수 있지만 가끔 마음에 반창고 한 개가 필요하다.” (‘책머리에' 중에서)



젊은 언어학 전공자가 쓴 차별화된 연애상담서


사랑에 빠진 주체들은 자신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주변 사람들, 노래 가사, 신문 기사, 드라마, 만화, 소설, 영화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국면들을 관찰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케케묵은 진부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제 첫사랑과 닮으셨네요” “말 안하면 모르니?” “사랑하는 사이에서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 등 사랑의 ‘발화'에서 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박현주는 진부하다고 손사래치며 지나쳐버릴 수 있는 클리셰 한마디 한마디를 언어학자의 감수성으로 분석하고 그 속에 내재된 심리를 통찰하고 있다. <어쩌다 그 사람을 사귀게 되었을까>에서는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론을 만들어 연애에서의 실패와 성공의 가능성을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직설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필자의 캐릭터가 드러나고 있으며 이니셜로 등장하는 주변인물들도 이야기를 끌어내거나 아이디어를 더하면서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한국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봄날>에서부터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미스 매치>, 일본 만화 <슬로우 댄스> <너는 펫>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 텍스트들에서 분석 사례들을 이끌어내고 있기에, 저자와 세대적·문화적 배경이 비슷한 20대 후반~30대 초반의 독자들을 비롯, 사랑과 관계에 대해 지적인 통찰력을 기대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