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나라도 다섯 집 중 한 집은 1인 가구
―평범한 35세 노총각이 독신으로 사는 법


통계청의 200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1588만 7128가구 가운데 1인 가구는 317만 675가구에 이른다. 이는 다섯 가구 가운데 한 가구꼴로 스웨덴 46%, 영국 30%, 일본 30%, 미국 27%에 뒤지지 않는 수치다. 특히 35~39세에 해당하는 1인 가구 세대주는 1995년 12만 4000여 명에서 2005년 26만 5000여 명으로 10년 사이에 2배 이상 늘었다. 자발적으로 독신을 선택한 화려한 싱글과 돌아온 싱글, 자녀 교육을 위해 생이별을 한 기러기 아빠나 불안한 장래 때문에 결혼을 늦추고 있는 고시생, 취업준비생 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에서 비롯된 독신 생활이건 ‘나홀로 족’의 생활 패턴은 흔히 생각하는 다인 가구의 모습과 다르다. 1인 가구가 많이 몰려 있는 신림동, 역삼동 등지에서는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는 곳(노래방, 비디오방, 식당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경기도 일산의 오피스텔 밀집지역에서는 토요일 점심의 도시락 배달만도 300건이 넘는다고 한다.


『독신남 이야기』는 그중 한 사람인 키키봉(저자 조한웅의 닉네임)의 ‘독신 생활 고백서’다. 그는 혼자만의 공간과 자유를 얻는 대신, 책임과 의무를 떠안는다. ‘굶거나 해 먹거나’, ‘집을 치우거나 먼지 쌓인 집에서 살거나’다. 불 꺼진 빈집에 홀로 들어가지 않고 친구와 술을 마시거나, 취해서 친구들과 함께 들어간다. 누군가와 통화하고 싶은 외로운 밤엔 친절한 쇼핑호스트에게 구매 전화를 하고, 헤어진 여자 친구에게 전화한다.



좌충우돌 창업기 『낭만적 밥벌이』의 키키봉, 이제 독신남을 말하다
―가짜 같은 진짜 이야기 22편


『독신남 이야기』는 저자의 두 번째 책이다. 카페의 ㅋ도, 커피의 ㅋ도 모르던 30대 중반의 소심한 카피라이터 키키봉은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홍대 앞에 카페를 열었고 그 이야기는 『낭만적 밥벌이』라는 책으로 묶여 ‘카페나 할까’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안 하길 잘했어’라는 안도감을 동시에 주기도 했다. 창업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들을 생생하고 솔직하게 그려낸 ‘창업 분투기’로, 전세보증 대출금과 친구의 직장인 대출금을 수업료로 지불하면서 여전히 진행 중인 ‘노총각의 성장기’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이다.


이 책은 ‘낭만적 밥벌이’를 가능하게 했던 전세 보증금을 만들어준 그 아파트, 그곳으로 독립해 나와 살던 『낭만적 밥벌이』 이전의 키키봉 이야기다. ‘싱글들의 자산 관리와 자기 계발, 연애와 사랑에 관한 책’이 미처 알려주지 못한 이야기―부모님 돈 떼먹고, 여자와 눈만 마주치면 사랑이라 착각하고, 선배의 보험영업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치과 가기가 두려워 벌벌 떠는 평범한 소심남의 일상―가 잘 그려져 있다. 여기에 실린 22편의 에피소드는 남녀 모든 독자들에게 100%의 공감과 200%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럴 줄 알았어’ 하며 화려하게 포장된 독신의 이미지와 다른 현실을 바로 볼 기회를 준다.


그야말로 『독신남 이야기』는 외로운 사람들과 심심한 사람들, 또 이도 저도 아닌 사람들 모두를 위한 책이다. 저자와 같은 세대인 독신 남성은 공감하고 자신의 생활과 주변 친구들을 떠올릴 것이고, 남자친구의 머릿속이 궁금했던 여성 독자는 그들의 실체를 알게 되어 더 큰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소설가 정이현과 영화배우 엄지원 또한 이 원고를 보고 기꺼이 추천사를 썼으니, ‘팍팍한 일상에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것 같다.



스타일리시한 싱글남? 어쩌다 독신남? 너무나 솔직한 독신남의 ‘연애 분투 보고서’
―독신남의 일상과 작업 실패담, 궁상맞은 현실


키키봉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오! 멋진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당신은 무척 지적인 남자, 사귀고 싶어요!’, ‘평소 흠모하고 있었어요!’라는 말을 여자에게 듣는 것이다. 키키봉은 여자들 앞에서 ‘판화를 좀 합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고, 옆집에 사는 여자·함께 낚시하러 간 예쁜 후배·파출부와 로맨스를 실현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삽질이 일상인 키키봉에게 근사한 연애는 어울리지 않는지 판화 과외를 시작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준비물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고, 꾹꾹 눌러쓴 연애편지에 대한 옆집 여자의 답은 500페이지짜리 인문 서적이었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여자 후배의 낚시를 도와주고 난 뒤 미끼 없는 낚싯대로 폼만 잡았을 뿐인데 하필이면 위험한 물고기가 걸려 온몸에 물고기 피를 뒤집어쓰는 등 생각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집안일, 북엇국이 그리워 파출부를 불러도 하필 젊고 예쁜 파출부가 와 키키봉을 미안하게 만든다.


파출부가 오기 시작한 후의 키키봉 생활? 파출부가 오는 수요일 전날, 다시 말해서 화요일에 키키봉은 파출부가 된다. 소심한 키키봉은 예쁜 파출부에게 내놓는 빨랫감이 미안해 깨끗이 세탁을 한 후에 빨랫감 통에 넣는다. 애써 정리해놓은 싱크대의 식기들을 흐트러뜨리기 미안해 밥과 반찬도 양푼 하나에 넣고 비벼 먹는다. 대걸레질이며 청소기 돌리는 거며 힘든 일을 여자에게 시키기 미안해 역시나 땀을 뻘뻘 흘리며 죄다 해놓는다. (20쪽, 「SOS」)


그래도 키키봉은 오늘도 꿈꾼다. ‘이제 곧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멋진 남자가 되고 말거야!’


거래처 여직원도 인사치레는 아니었을 것이다. 보통은 언제 장가 가냐고 하거나, 이렇게 괜찮은 카피님이 왜 애인이 없냐는 둥 입에 발린 말을 했는데 오늘은 구체적으로 얼굴에 대해서 언급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피부가 깨끗해진 거 같았다. 볼에 손을 갔다 대니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폼 클렌징과 허브 샐러드 크림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깨끗하고 부드러운 피부가 여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메트로섹슈얼 스타들이 연예계를 점령하지 않았던가. 운동 싫어하는 키키봉에게 울룩불룩한 근육질 남자가 언감생심이라면 고운 피부로 승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전 로션 안 바르는 키키봉이기에 더 확실하게 효과가 나타난 것 같았다. 롱코트에 하얀 피부, 옆구리에는 보들레르의 시집! 괜찮다. 그럴듯하다. (60쪽, 「아마조네스」)



동갑내기 두 남자가 들려주는 리얼스토리
―소심한 카피라이터와 과묵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만남


소심한 독신남 조한웅이 쓴 글에 동갑내기 전前 독신남 이강훈이 그림을 보탰다. 사소한 우스갯소리처럼 가짜 같던 이야기는 강렬한 색채로 시원시원하게 그려진 이강훈의 그림을 통해 실체를 드러낸다. 『나의 지중해식 인사』와 『반칙의 제국』을 통해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글쓰기를 계속해왔던 이강훈은 이 책에서도 독특한 감성으로 키키봉의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키키봉도 몰랐던 그녀의 속마음을 알려주고, 단 한 장의 컷으로 이강훈 식 ‘독신남’을 표현한다.



추천사


그의 글을 침대에 비스듬히 누운 채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베개에 코를 박고서 쿡쿡 웃게 되었다. 웃음, 몰입, 웃음, 공감, 몰입, 다시 웃음. 누군가의 글을 그런 식의 오묘한 엇박자 속에서 읽어 내려가는 건 퍽 희귀한 경험이다. 혼자 사는 남자 키키봉 씨의 고백서는, 그 웃음과 몰입과 공감의 틈새에서 인간이란 누구나 결국 개별자이자 단독자임을 우리에게 흔연히 일깨워준다. ―정이현(소설가)


“이 사람 정말 남자 맞아?” 통통 튀는 글의 리듬 덕에 순간 글쓴이가 20대의 귀여운 여자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다시 보니 코믹한 ‘독신남 연애 분투 보고서’다. 그의 독신 생활을 엿보며, 나는 밖에서 만나는 그 많은 그럴듯한 남자들이 그들의 집에서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상상한다. 키키봉 씨의 글은, 유쾌하다! ―엄지원(영화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