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를 창작으로 이끄는 힘은 무엇일까
137점 도판, 예술가 24인의 일상과 취향으로 파악한다


창작은 사소해 보이는 모든 것에서 풍부한 의미를 찾아내는 행위다. 매일의 일상을 깨우는 창작 행위의 원천을 예술가의 삶 속에서 찾아낼 수 있다. 『창작의 힘』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고흐, 클림트, 피카소, 뭉크, 오키프에 이르기까지, 24인 예술가의 삶과 그들의 기질을 통해 창작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미술평론가 유경희가 1년 동안 ‘예술가의 취향’이라는 제목으로 매체에 연재했던 24편의 글을 새롭게 엮었다.
서양미술사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긴 24인 예술가의 성격과 취향을 통해 그들의 내밀한 삶과 작품 세계를 이야기하는 『창작의 힘』은 음악과 음식, 예술 등 다종다양한 그들의 일상이 곧 예술이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한다. 

   

일상에서가 아니면 보기 힘든 예술가들의 유별난 기질과 성격과 습관과 기벽과 취향은 말 그대로 예술가 자신에 관한 섬세하고 내밀한 역사와 개인적 무의식을 엿보게 한다. 그리고 이것은 그대로 창작의 역동이 된다. 그러니까 예술가들의 독특하고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 기질과 취향에도 불구하고 걸작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괴상한 성질머리와 기이한 취향 덕분에 명작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책머리에」 중에서


저자가 엄선한 137점 도판은 이 책이 이야기하는 예술가의 일상이 어떤 작품을 낳았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평소 이들 24인 예술가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자신이 선호했던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미술을 잘 모르던 독자라도 그들의 삶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의 삶에 대한 관심은 곧 그들이 무엇을 토대로 이 같은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는지 좀 더 다각적으로 접근하는 계기가 된다. 너무나 잘 알려진, 그래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 유명 작품들, 고흐의 <꽃 피는 아몬드 나무>, 뭉크의 <절규>, 프리다 칼로와 에곤 실레의 수많은 자화상, 앙리 루소의 <꿈> 등, 예술가들이 이러한 예술 작품을 무엇으로 창작할 수 있었는지 일상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의미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전한다.             



일상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모든 취향은 죽지 않고 예술이 된다


총 3부로 구성한 『창작의 힘』은 1부 ‘일상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에서 클림트, 로트레크, 카미유 클로델, 고흐, 오키프, 베르메르, 프리다 칼로, 고갱의 삶을 통해 일상에서 품은 꿈이 곧 예술이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리다 칼로의 정원에는 고양이, 개, 앵무새, 독수리, 사슴, 칠면조 등 온갖 동물들이 살았다. 일생의 반 이상을 침대에서 투병하며 보내야 했던 프리다는 동물들에게서 위안을 구했고 그것은 고스란히 그의 그림으로 드러났다. 그의 수많은 자화상에는 원숭이, 고양이, 강아지, 벌새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또한 고흐는 <귀가 잘린 자화상> 배경에 우키요에를 그려 넣을 만큼 일본 목판화에 푹 빠져 있었다. 화려한 색채와 날렵한 선묘의 우키요에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난 고흐는 우키요에의 가장 혁신적인 방법론을 인용하고 실험했다. 고흐의 우키요에 사랑은 ‘이곳’ 아닌 ‘저곳’을 꿈꾸었던 한 예술가의 소망이 예술로 승화하는 방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어디론가 떠나는 환상을 품는다. 사실 이데아와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이 세상에 없는 곳이다. 먼곳에 대한 환상을 품는 자, 영원한 세계에 갈증을 느끼는 자, 천성이 여행자일 수밖에 없는 자. 어쩌면 우리 모두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자들이고, 다만 예술가들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늘 떠나 있는 것이다.
―105쪽


2부 ‘모든 취향은 예술이다’에서는 뭉크, 에곤 실레, 드가, 뒤샹, 렘브란트, 보나르, 다빈치, 보티첼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들 예술가는 무언가를 혐오하거나 혹은 대중에게 혐오를 받았던, 보통의 경우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사물에 애정을 쏟았던 면모를 보여준다.
보나르는 꽃이 시들기 전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또한 평생을 함께 보냈던 병든 여자 ‘마르트’를 대상으로 한 그림을 많이 남겼다. 보나르는 정물이나 풍경을 그릴 때조차도 병들어 시든 마르트를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시킨다. 반면 뭉크는 병과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부터 시작해 누나, 여동생, 남동생, 아버지, 이모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숱한 죽음을 경험한 뒤 죽음과 질병을 떠올리는 모든 것에 상처를 받았다. 그 불안과 공포를 뭉크의 대표작 <절규>가 고스란히 보여준다.
3부 ‘예술가는 무엇으로 창작하는가’에서는 피카소, 마네, 루소, 몬드리안, 미켈란젤로, 세잔, 루벤스, 모네가 창작할 수 있게끔 추동한 힘이 곧 그들의 기질이고 매일매일 이어온 일상의 힘이었음을 보여준다.
피카소는 맛있는 음식이 창의력을 준다고 믿었다. 식사 시간은 피카소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고 그 자체 영감이 되었다. 피카소는 음식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거니와 음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희곡을 창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예술가의 삶 이야기는 예술가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고 고민하고 아파하는 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창작과 예술이 그리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걸 그들의 삶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풍성하고 충일한 삶을 어떻게 누릴 수 있는가
매일매일 창작하게 만드는 힘  


일과 생활에 지쳤을 때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는 의미로 충만한 삶을 되돌려줄 수 있는 열쇠가 된다. 『창작의 힘』은 황량한 삶 속에서 우리 자신의 소중한 일상, 창작의 재료가 될 수 있을 기질과 나만의 취향을 발견하게끔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한다. 그 비밀이 바로 예술가의 삶 속에 있다.


카미유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본성의 희생양이 아니었을까? 동생 폴은 “하늘이 그녀에게 부여해준 특별한 재능은 그녀의 불행을 자초하는 데 쓰였을 뿐”이라며 누나의 인생을 완전한 실패라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오히려 카미유의 미완의 삶이야말로 그 자체로 진정한 예술이 아닐까? 모두들 아까운 천재요, 실패자라고 하지만 어쩌면 패배한 승리자가 아닐까! 그녀의 삶 자체가 그대로 우리에게 소름 끼칠 정도의 영감을 제공하니까 말이다.
―52쪽

   

매일을 이어나가는 일상과 취향이 곧 창작의 힘이 된다. 그리고 그 힘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예술이 된다. 『창작의 힘』은 미술평론가의 전문적인 분석과 풍성한 도판으로 쉽사리 독자에게 창작의 원천을 들여다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