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꿈꾸다, 나만의 고유 풍경을 갖다
“창문은 각자 인생의 틀이다”

 

여전히 뉴욕은 일반인이 선망하는 도시다. 그곳의 풍경은, 전망은 어떨까? 더구나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사람들의 집에서 내다본 창밖 뉴욕 풍경은 어떨지 궁금하다.
건축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마테오 페리콜리는 어느 날 7년 동안 살던 집을 떠나려다 창밖 풍경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참을 수 없는 상실감에 시달린다. 이를 계기로 “보이지 않는” 뉴욕을 담기로 결정한다.
『한 폭의 맨해튼』 『한 폭의 런던』 등을 통해 도시의 풍경을 그려왔던 저자는 이번 『창밖 뉴욕』을 통해 뉴욕이라는 도시를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예술인들의 사적인 풍경 그림으로 보여준다. 소설가 니콜 크라우스, 영화감독 노라 에프런, 무용가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셰프 마리오 바탈리, 사진작가 애니 레보비츠,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 등 뉴요커 63인의 창밖 풍경을 담았다. 이들이 직접 쓴 글과 저자가 그려낸 풍경은 하나로 어우러져, 뉴욕을 꿈꾸는 독자들에게 낭만적이면서도 즉자적인 풍경을 선물한다. 퓰리처상을 받은 건축 비평가 폴 골드버거의 서문으로 여는 이 책은 뉴욕의 정수를 색다른 차원에서 느끼게 한다. 유명한 뉴요커들의 집에서 바라본 창밖 풍경은 공적인 뉴욕은 물론 사적인 뉴욕 풍경의 감상을 제공한다.
저자는 현재 뉴욕의 창밖 풍경에 그치지 않고, <파리 리뷰>에서 「Windows on the World」라는 제목으로 세계 각국 문화예술인들의 창밖 풍경을 연재하고 있다.

 

『창밖 뉴욕』은 가벼이 보아 넘겨서는 안 될 교훈도 말해준다. 집을 닫힌 공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 어떤 건축으로도 범위가 한정되지 않고 완벽하게 트인 공간의 경치에는 아쉬움이 있다는 점이다. 창은 그 누구도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세상을 그리는 틀이므로, 페리콜리가 책 제목을 ‘창문은 각자의 틀’이라고 붙였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 「서문」에서

 

 

다른 풍경, 다른 목소리
“그들은 창 너머 세상만큼이나 스스로를 드러낸다”

 

소설가, 작곡가, 사진작가를 비롯해 철학자, 티베트 라마까지 뉴요커 63인의 면면은 뉴욕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들의 창밖 풍경과 창틀 모습 역시 마찬가지. 우리는 창밖 풍경을 통해 각 뉴요커들의 바깥세상과 내면을 모두 들여다볼 수 있다.
밴드 토킹 헤즈의 리드 싱어였던 데이비드 번은 자신의 창을 통해 타인의 창을 들여다보고, 『선악의 정원』 저자인 존 베런트는 흐릿하게 보이는 창 너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애써 들여다보지 않고 그저 상상에 맡긴다. 아들 방 창밖 풍경을 묘사하는 니콜 크라우스의 글을 통해서는 소설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아들 방에서 브루클린 윤리학 센터가 내다보인다. 여름 내내 윤리학자들이 정원을 빌려 결혼식을 치렀다. 관악 밴드며 취중 건배, 앰프에서 나오는 되먹임 소리,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That’s Amore> <Unchained Melody> 같은 노래가 아들의 잠결에 스며들었다. 사랑의 진부함에 대한 조기교육이랄까.”

— 54쪽에서

 

셰프 마리오 바탈리는 자신의 방에서 내다보는 창밖 풍경을 뉴욕의 문화를 입담 좋게 훑으며 묘사하고, 저술가 게이 탈리스는 새똥으로 뿌옇게 된 창문 때문에 투덜댄다. 철학자 아킬레 바르치의 단아한 풍경에 걸맞은 철학적인 글에 이르면 탄식을 내뱉게 된다. “경계는 안일까, 밖일까? 나와 세상의 경계는 나의 일부일까, 아니면 세상일까?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창과 유리를 바라보는 건 좋다. 질문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예술가, 작곡가 등 직업에 따라 풍경을 보는 시선도 다르다. 작가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은 풍경은 글을 쓰는 데 방해된다는 것이다. 삽화가 크리스 라쉬카는 물론, 고인이 된 영화감독 노라 에프런 역시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글을 쓸 때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아니면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으니까.”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는 세로창틀을 바꿔버린 건물주의 강압적인 처사에 분노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공통점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나무 급수탑에 대한 애정, 도널드 트럼프 건물에 대한 적대적인 시선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뉴욕을 향한 애정이 배어난다.
표지 그림은 <뉴요커> 표지로 유명한 삽화가 사울 스타인버그의 창밖 풍경으로, 저자는 그의 풍경이 “이 도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가장 정확하게 말해주기에” 표지로 실었다고 말한다.

 

 

풍경이 곧 삶이다
“모두 조금씩 다른 뉴욕을 살고 있다”

 

누구나 꿈꾸는 창밖 풍경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하늘을 보고 싶을 것이고, 어떤 이는 탁 트인 전망을, 또 누구는 사람이 있는 풍경을 꿈꿀 것이다. 『창밖 뉴욕』은 우리가 꿈꾸는 풍경을, 뉴욕을 안겨준다. 단 한 컷의 강렬한 그림으로 바깥 풍경을 넘어서 집 안 생활이 그려지는 독특한 경험을 한다.
글과 그림의 단편만으로 유명 인사의 삶을 엿보고, 그가 수없이 보았을 풍경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한국의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스노우캣도 이 책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뉴욕, 특히 맨해튼의 작디작은 아파트에서 창밖 모습은 아파트의 일부 그 이상이다. 뉴욕에서 창밖 모습은 그 사람이 어떤 뉴욕을 갖는지를 의미하는 것이다.” 창밖 풍경은 집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 살아간다. “모두 조금씩 다른 뉴욕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삶을 꿈꾸며 우리 삶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