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사 18인이 기록한, 공원에 얽힌 사적인 이야기
112장의 사진으로 보는 도시 공원의 정수, 도시 공원의 효용성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소설가 니콜 크라우스, 건축가 노먼 포스터 등 총 열여덟 명의 명사가 세계 각국의 공원을 자신만의 언어로 소개한다. 이 글들은 단순한 공원 가이드가 아닌, 공원에 대한 의미심장한 사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뉴욕의 하이라인, 런던의 하이드 공원, 파리의 뤽상부르 정원, 더블린의 아이비 정원, 모스크바의 고리키 공원 등 각 도시의 특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공원의 면모와 더불어 공원에 깃든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공원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금 되새긴다.
『도시의 공원』은 <보그> 편집위원인 케이티 머론이 기획하고, 이 책의 사진을 찍은 이탈리아 유명 사진작가 오베르토 질리를 포함해 열여덟 명의 저자 모두를 섭외했다. 사진작가 오베르토 질리는 2011년 12월 브루클린의 프로스펙트 공원을 시작으로 2012년 10월 더블린의 아이비 정원까지 세 대륙 열두 나라를 여행하며 이 책의 근간을 이루는 112장의 공원 사진을 찍었다.
열여덟 편의 글은 대상이 되는 공원만 정했을 뿐 형식도 주제도 모두 자유롭다. 도시의 특성에 따라 혹은 저자의 직업에 따라 글 스타일도 각양각색이다. 단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공원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공원을 통해 각자의 내면을 풀어놓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이야기는 도시 공원의 효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에게 저마다의 독특한 목소리가 있고 사진가에게 자신만의 특별한 눈이 있듯이 공원에도 제각기 다른 영혼이 깃들어 있는 까닭에 공원을 찾는 수천수만의 사람과 주변 문화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그러나 공원의 유사성은 공원이 전 세계 도시인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공원은 도시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 공원은 흙과 사람의 공간이자, 마천루가 즐비한 도시에서 하늘과 별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공원은 그래서 우리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문」에서

 

 

도시가 공원을 품어야 하는 이유
공원을 개인의 삶 속에서 기억하는 열여덟 가지 방법

 

각 공원의 기원은 도시의 속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체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나무가 뿌리내릴 한 평의 땅도 여의치 않은 오늘날의 카이로” 도심 한복판에 있는 아자르 공원은 쓰레기 매립지를 공원으로 만든 경우다. 푸른 숲이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카이로에서 아자르 공원은 도시인의 오아시스 역할을 한다. 뉴욕의 고층 건물 사이에 자리한 하이라인은 “쥐가 들끓고 잡풀만 무성할 뿐 열차가 끊긴 지 오래된 낡은” 고가 철도를 하늘 공원으로 만든 곳이다. 또한 제국이 강성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트리에스테의 자르디노 푸블리코는 항구도시로서 막대한 부를 축적했던 화려한 시절을 추억하게끔 한다. 공원은 때로 도시의 의미를 표현하는 도시의 축소판이 되기도 한다.
공원은 도시의 역사와도 함께한다. 2008년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승리 연설을 듣기 위해 수천수만의 관중”이 모여들었던 시카고의 그랜트 공원에서의 오바마 대통령 수락 연설은 당시의 흥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이디 스미스, 존 밴빌 등 소설가의 글들은 마치 짧은 소설을 읽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아버지와 함께했던 유럽 여행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 제이디 스미스의 글은 그 자체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애도이기도 하다. 한때 함께했던, 사랑했던 사람들과의 기억을 풀어놓은 ‘공원에 깃든 삶의 이야기’는 결국 지나가버린, 다시 오지 않을 순간에 대한 애도이기도 할 것이다. 공원은 그 모든 것을 품고 있다.

 

내 유년 시절의 관습도 언젠가는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내 작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화려한 모자를 뽐내는 귀부인을 더는 볼 수 없듯 일요일에 수영장에 가도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공원은 이 모든 것을 기억할까? 물론 아니겠지만 공원은 나에게 마치 거대한 기억 저장소 같았다.
―173쪽에서

  

 

공원이 도시인에게 주는 위안과 기쁨,
각자의 삶 속으로 스며들다

 

열여덟 편의 이야기는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 공원은 도시인의 기쁨이자 위안이라는 것이다. 먼저 그 기쁨은 그저 숨을 크게 쉬게 하고 오랜만에 하늘을 바라보게끔 만드는, 자연을 느끼게 하는 단순한 것이기도 하다.
   
나는 외국에서 손님이 찾아오면 마루야마 공원에 꼭 한번 가보라고 권한다. 특별히 볼거리가 있어서가 아니라 무언가를 보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공기를 들이마시며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 것, 바로 이것이 다가가면 저만치 물러나는 나라, 일본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267쪽에서

 

도시에 있는 공원은 인간을, 인간의 삶을 향하게 마련이다. 인간을 향한 공원은 그래서 자연히 나름의 이야기를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이야기, 그 안에 서린 기쁨과 슬픔을 품어주는 공원은 도시인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다. 공원을 찾는 것만으로도 아무런 목적 없는 즐거운 일상의 여행으로 마음에 새길 수 있다. 그 여행은 내면에 잠자고 있던 각자의 감성, 존재감을 깨워줄 것이다. 『도시의 공원』을 접한 독자에게 남은 건 ‘나만의 공원’을 찾는 일이다.  

 

나는 마법 같은 공원의 영원불멸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세대는 달라도 공원을 이용하는 방법은 같았던 것이다. 우리는 변하고 나이 들고 머물렀다 떠나가고 종국에는 죽는다. 하지만 공원은 이 모든 것을 견뎌낸다. 언제나 그곳에 있을 공원이 슬픈 우리의 영혼을 가만히 어루만진다.
―194쪽에서

 


추천사

 

도시의 푸른 수목과 공원은 콘크리트 같은 도시인의 메마른 마음을 치유해주고, 삶을 정화시켜주는 허파 같은 역할을 한다. 뉴욕의 하이라인 공원, 파리의 뤽상부르 정원, 런던의 하이드 공원은 공원의 기능을 넘어서 도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 스며들어 그의 일상을 바꾸어놓기도 한다. 공간과 시간, 인간을 조화와 어울림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도시의 공원에서 맑은 공기와 풀 냄새를 맡으며 자연을 향유하는 것으로부터 도시인의 삶은 지속 가능해질 것이다. 오늘 『도시의 공원』 속으로 ‘마음 산책’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세상의 유명한 공원은 비슷한 역사를 갖는다. 19세기 이후 계획도시에 생겨난 경우를 제외한다면, 공원은 시민사회가 태동하며 권력자의 사적인private 영역에서 민중을 위한 공적인public 장소로 바뀌었던 결과물이다. 『도시의 공원』은 그러한 공공 영역들이 어떻게 다시 개인화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이야기해준다.
다양한 필자들이 세계 곳곳의 비밀스러운 공원들을 소개하는 이 책은 단순한 안내 가이드가 아니다. 공원에 대한 여러 기억의 에피소드들은 특수하면서도 보편적이다. 이는 일상적으로 우리가 삶의 결핍을 느끼는 부분, 즉 전체와 개인의 관계에서 공원이라는 장소가 얼마나 근사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지를 공감하는 독서의 경험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인간적인 공원이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오영욱ogisa 건축가, 여행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