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르 신부  Abbé Pierre

프랑스인들 사이에서 금세기 최고의 휴머니스트라고 일컬어지는 피에르 신부는

1912년 프랑스 리옹의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19세에 모든 유산을 포기하고 카푸친 수도회에 들어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항독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투사였으며,

전쟁 후에는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엠마우스’라는 빈민구호 공동체를 만들어 평생을 집 없는 가난한 사람들과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살아 있는 성자’로 불리며

전세계 사람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그는 내 가족, 내 나라, 내 민족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타인과 공감하는 자’로서 배타적이고 편협한 인종주의로

서로 싸우는 걸 볼 수 없어 참전했다.

그는 유대인들을 구하기 위해 스웨덴의 험준한 산을 넘기도 했고,

게슈타포에게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전쟁 후 정치적 힘을 바탕으로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활동했지만,

곧 한계를 깨닫고는 직접 그들 속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빈민구호 활동을 펼친다.

1949년 한 사회운동가와 함께 파리 근교에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

집 없는 사람들과 부랑자, 그리고 전쟁고아들의 안식처를 마련하는데,

이것이 오늘날 전세계 44개국, 350여 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엠마우스 운동의 시작이다.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 〈겨울54(un Hiver 54)〉는 1989년 세자르영화상을 수상했는데

집 없는 사람들, 실업 문제를 사회적인 이슈로 끌어들이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였다.

아흔이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빈곤과 불평등과 불의에 맞서는 그의 행동은 거침없다.

교회와 성직자가 범한 오류를 과감히 질타하고,

고통받는 약자들을 그대로 내버려두는 세상에 대해 분노하고,

생각한 바를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

2007년 1월,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현재 프랑스 북부 작은 마을 에스떼빌에 잠들어 있다.


마음산책 저서  『단순한 기쁨』  『피에르 신부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