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살림은 자기 속도와 호흡에 맞게 돌봐야 한다”

나카가와 히데코가 전하는 나답게 사는 즐거움


“나답게 산다는 건 끊임없는 싸움이고 훈련이에요”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 어느새 한국에 정착한 지 25년, 일본 태생의 귀화 한국인이자 연희동 골목의 요리 교실 ‘구르메 레브쿠헨’을 운영하는 셰프 나카가와 히데코 이야기다. 그동안 여러 저서와 방송을 매개로 맛과 인생에 관해 말해온 그가 이번에는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빈틈없이 공개한다. 코즈모폴리턴으로서 맛있고 심플한 삶을 고백했던 첫 책 『셰프의 딸』과 연희동 요리 교실 사람들의 인생 일화 『맛보다 이야기』에 이어 마음산책에서 출간되는 세 번째 산문 『나를 조금 바꾼다』에는 특유의 쾌활한 태도로 꾸려온 나카가와 히데코의 삶과 살림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첫 번째 장 ‘관계와 나’에서는 나 자신과의 관계 맺기부터 가족, 친구, 요리 교실 수강생 등 다양한 타인과의 관계 돌보기를, 두 번째 장 ‘공간과 나’에서는 나를 둘러싼 주변 공간을 어떻게 가꾸고 활용하는지를, 세 번째 장 ‘시간과 나’에서는 시간의 속도에 쫓기지 않고 내 감각대로 건강하게 시간 사용하기를 이야기한다. 마지막 장에는 나답게 산다는 것과 살림이 주는 의미 등 보다 심도 있는 인터뷰를 담아 생활인으로서 생생한 목소리의 저자를 엿볼 수 있다. 또한, 각 장 마지막에 ‘살림 고수’인 그만의 살림 팁과 간단 레시피를 수록해 1인 가구나 살림 초보가 쉽게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책을 덮고 나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자신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저자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주체적이고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은 소소하면서도 유쾌한 하나의 레시피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온다. 삶의 큰 분기점을 지나며 되돌아본 나카가와 히데코만의 살림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 긍정적이고 쾌활한 태도는 나답게 사는 것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요리, 청소, 정리정돈, 수납이라는 생활 전반의 흐름은 결국 ‘욕심부리지 않고 나를 비우면서 재미나게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그러니까 아주 사소한 것조차 스스로 조금씩 바꾸려고 하는 것, 거기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16쪽



“기꺼운 마음으로 버릴 것과 취할 것을 선택한다”

전부 버리지 않아도 심플해지는 삶의 비법


나카가와 히데코의 생활 철학은 물건이든 생각이든 버릴 것과 취할 것을 자기 기준에 맞게 분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옷과 책 등 물건 정리부터 일과 시간,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나를 이루고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그 작업이 이루어진다.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은 미니멀리즘은 공간을 중심으로 최대한 물건을 덜어내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저자는 물질적인 욕심을 버리는 것보다 정신적인 미니멀리즘, 곧 마이너스 사고에 주목한다.

일 욕심을 줄이고 내가 소화할 수 있는 선을 정해 의식적으로 ‘하지 않는 일’을 만드는 것, 옷을 입거나 음식을 만들 때 습관적으로 더하지 말고 빼는 것, 너무 많은 다수의 타인에게 시간을 뺏기지 않도록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 모두가 히데코식 미니멀리즘에 해당한다. 한발 더 나아가 필요 이상의 음식을 배 속에 넣지 않고, 마음에도 괜한 근심을 쌓아두지 않을 때 비로소 자기 방식대로의 미니멀리즘이 실현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런 사고방식을 습관화하기를 권유한다. 그래야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게 어떤 건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나서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과도한 욕심을 비우고 주변을 둘러보며 쓸데없는 군더더기를 하나하나 덜어내면 복잡한 삶도, 혼란한 마음도 심플하게 정리된다.


꾸준히 나를 둘러싼 것들을 단순화하다 보면 생활이 굉장히 심플해진다. 불필요한 것들에 집착하기 때문에 삶이 복잡하고 고달파지는 것이다. 최대한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마이너스 사고’를 바탕으로 생활하다 보면 효율성과 능률은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다.

─143쪽



“앞으로의 내 미래를 몇 번이고 그려본다”

단기, 중기, 장기적 관점에서 채색하는 인생의 지도


현실에 치여 그날그날을 잘 살아내는 게 고작이라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꿈도 하나씩 사라져간다. 저자는 요리 교실을 운영하며 꿈이 없어 고뇌하는 이들을 숱하게 마주해왔다. 그런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구체적인 문장들이 아니어도 좋으니 단기, 중기, 장기적인 관점에서 목표를 세우라는 것이었다. 1년 후, 5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그리는 것은 저자에게도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지금은 구르메 레브쿠헨이 없는 미래를 상상하기 어렵지만, 어쩌면 미래의 언젠가 한국에서 요리 교실을 하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렸을 적부터 여러 나라를 삶의 무대로 삼아온 기질이 언제 발현돼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나카가와 히데코는 오늘도 저 멀리에 외국 어딘가에서 ‘히데코의 한국요리 교실’을 여는 꿈을 그린다.


꿈이 없어 고민이라는 사람들에게는 꼭 단기, 중기, 장기 목표를 세우라고 조언한다. 그 목표를 주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내 고민을 사람들에게 알려두면 도움을 받거나 뜻밖의 정보를 손에 넣을 수도 있다. 힘들 땐 거침없이 주위 사람을 이용해도 괜찮다.

─102쪽


삶을 나의 방식대로 직조하고 마침내 음미할 수 있다는 것, 모두가 꿈꾸는 일일 것이다. 요리란 것이 본디 한 번도 새롭지 않은 적이 없었던 것처럼 또 각자의 레시피가 있는 것처럼, 나카가와 히데코가 단순하게 단단하게 삶을 꾸려가는 태도와 방식을 살피는 일은 그래서 더 믿음이 간다. 누구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나만의 스타일을 조금씩 바꾸고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다는 몹시 당연한 사실을 일깨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