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억 년 동안 우주를 여행한 빛이 남긴 메아리
우주 탄생의 비밀을 알려줄 우주배경복사


『빅뱅의 메아리』는 빅뱅으로 태어난 우주의 초기 흔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우주배경복사에 대한 우주론 입문서다.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빅뱅에서 인플레이션, 암흑물질, 암흑에너지의 발견으로 이어지는 맥락을 차근차근 짚으며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또한 2017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제인 중력파 검출에서 끈 이론까지 최신 천문학 정보를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다.
무한히 작은 한 점에서 태어나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지금까지 팽창하고 있는 우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를 설명하는 가장 과학적인 이론인 빅뱅 우주론은 무수히 많은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빚은 결과이며, 1990년대에 우주배경복사가 발견되면서 검증 가능한 과학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138억 년 동안 우주에 퍼진 우주배경복사는 우리 우주 전체에 메아리처럼 남아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우주 탄생의 수수께끼를 풀고자 이 빛을 가려내 이론을 세우고 관측하며 증명한다.
『빅뱅의 메아리』에서는 빅뱅 우주론과 정상 상태 우주론의 격렬한 논쟁뿐 아니라 과학자 한 명 한 명의 끊임없는 도전까지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추상적으로만 생각하던 ‘과학 하는 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과학 이론이 어떻게 성립되고 발전하는지, 우리가 결과로 알고 있는 우주에 대한 지식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얻어졌는지 등을 담은 풍부한 자료와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과학자들의 오롯한 노력이 바탕이 된 우주배경복사의 발견과 관측은 읽는 이에게 우주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축적되면서 100년도 안 되어 우리는 우주에 대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모든 과학 분야가 그렇듯 우주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될수록 더 많은 의문점이 생겨난다. 아마도 과학이 우주의 비밀을 모조리 밝혀내는 일은 영원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은 겸손할 수 있다.
-「책머리에」에서


천문학자이자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인 저자 이강환 박사는 “끝이 없을지도 모르는 탐구 과정, 이것이 바로 우주를 탐사하며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그는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 있네>에 익명으로 출연해서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일반인에게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빅뱅의 메아리』가 찾아가는 것
“우주가 작아진다면, 언젠가는 크기가 0이 되는 순간도 있지 않을까?”


우주를 연구할 때 놀라운 일은 우주 초기의 특정한 시점을 우리가 아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 시점은 우주 탄생 38만 년 뒤이고 우리가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순간에 나타난 태초의 빛이다. 이 빛은 우리 우주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고 우주의 어느 방향에서든 볼 수 있다. 마치 우리 우주의 바탕처럼 보이기 때문에 이 빛을 우주배경복사라고 부른다.
-74쪽


천문학은 우주가 제공하는 유일한 단서인 빛을 관측하고 그 결과를 해석한다. 『빅뱅의 메아리』는 그중에서도 우주에 등장한 첫 번째 빛, 우주배경복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 이후 뜨거운 한 점에서 시작해 우주 전체에 균일하게 퍼져나간, 우주의 배경에 옅게 남아 있는 빛이다. 초기 우주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천문학자들은 이 빛을 관측해 우주의 과거를 바라보고 그에 기초해서 현재의 우주를 이해한다.


COBE의 결과가 발표되자 천문학계는 흥분에 휩싸였다. 천문학자들은 우주배경복사를 통해서 더 알아낼 것이 있을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곧 우주의 이 미세한 온도 변화는 우주에 대한 거의 모든 종류의 변수를 알아낼 수 있는 금광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138쪽


우주로 COBE, WMAP, 플랑크 등 최첨단 위성을 쏘아 올려 미세하게 남은 우주배경복사를 관측하며 과학자들은 우리 우주의 모습을 차례로 그려나간다. 우주가 편평하고 암흑물질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며 인플레이션이 일어난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20년 전만 하더라도 100억 년에서 200억 년 사이였던 우주의 나이를 이제 137억 년인지 138억 년인지 따질 정도로 정확하게 알게 된 것도 바로 우주배경복사 덕분이다.
절대영도보다 약간 높은, 차가운 ‘태초의 빛’을 조금이라도 더 정밀하게 살펴보기 위해서 섬세한 관측 장비를 만들고, 자료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얻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무수한 시간을 투자했다. 이들이 밝힌 우주 탄생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바라보는 밤하늘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고, 인류의 지식을 넓게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성실한 과학자들의 ‘과학 하는 법’
“과학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1924년 허블은 안드로메다은하에서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해 이 은하가 우리은하의 크기보다 훨씬 멀리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발견으로 그때까지 인류가 생각하고 있던 우주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졌다. 우리은하는 더 이상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 수많은 은하 중 하나일 뿐이었다.
-22쪽


우주배경복사가 밝힌 우주 탄생의 비밀은 수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나누고, 경쟁하고, 끈질기게 관측한 아름다운 결과다. 과학자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우리가 바라보는 우주를 좀 더 정확하게 알게 한 진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빅뱅의 메아리』에는 널리 알려진 과학자들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부터 그동안 조명 받지 못했던 숨은 과학자들의 업적, 인간적인 면모까지 꼼꼼하게 담겨 있다.
우주의 거리를 재는 가장 중요한 별, 세페이드 변광성을 발견한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 남다른 관측 실력으로 에드윈 허블을 도운 밀턴 휴메이슨, 암흑물질을 너무 일찍 예견했던 프리츠 츠비키, 인플레이션 이론을 제시해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앨런 구스, 우주배경복사의 중요성을 알아보고 성공적으로 팀을 꾸린 낸시 보게스, 뛰어난 과학자의 이면을 보여주는 조지 스무트,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개척하며 우주배경복사 발견을 주도한 데이비드 윌킨슨 그리고 2017년 중력파 검출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라이너 바이스 등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을 한 과학자 한 명 한 명이 이루어낸 성과를 자세하게 살핀다. 『빅뱅의 메아리』는 과학이 많은 과학자들이 관측하고 검증하여 쌓아 놓은 벽돌 위에 또 하나의 벽돌을 올려가는 성실한 과정임을 보여준다.



과학 공부의 즐거움
“아직 연구는 끝나지 않았다”


우주는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아낼 때마다 더 많은 새로운 의문을 만들어준다. 아마 우주뿐만 아니라 과학이 탐구하는 모든 분야가 그럴 것이다. 새롭게 생겨나는 많은 의문들은 지금 보기에는 도저히 해결될 듯싶지 않아 보이는 것이 많지만, 과학은 그렇게 보였던 많은 의문들을 해결하면서 지금까지 왔다.
-236쪽


일반적으로 과학 이론은 가설, 예측, 검증으로 이루어진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관측되면 먼저 그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가설로 세우고, 그 이론을 이용해 새롭게 발견될 수 있는 현상을 예측한다. 그리고 예측한 현상이 실제로 관측되면 처음 세운 가설이 검증되어 과학 이론이 된다.


호일이 영국 BBC 방송과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모프의 이론을 비판하면서 “그렇다면 우주의 모든 물질이 과거의 어느 한순간에 뻥(Big Bang) 하고 만들어졌다는 말이군요”라고 했는데, 유머 감각이 풍부했던 가모프는 이 말을 재미있게 여겨 자신의 이론을 빅뱅 우주론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38~39쪽


현재 우리가 이해하는 우주의 모습을 가장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빅뱅 우주론이다. 빅뱅 우주론이 정상 상태 우주론과 10여 년간 격렬하게 논쟁을 벌이고, 우주배경복사 관측, 인플레이션 이론의 등장,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존재 예측 등을 통해 완성되는 과정은 과학 이론이 발전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가설이었던 빅뱅 우주론이 가진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며 등장했고, 초기 우주에서 발생한 미세한 양자 요동이 급격한 팽창과 함께 커져서 우주에 존재하는 별과 은하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우주배경복사에 남아 있을 미세한 온도 변화의 흔적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그 뒤 우주배경복사의 온도 변화가 처음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알려졌고 우주의 구조를 형성하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인플레이션 이론은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해 더욱 발전해 지금은 빅뱅 우주론과 함께 우주의 탄생과 진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게 복잡한 문제들이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로 한꺼번에 해결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87쪽


과학자들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우주배경복사의 미세한 온도 변화를 찾아 나섰고 1992년 COBE 위성으로 온도 차를 관측했다. COBE의 뒤를 이어 발사된 WMAP 위성은 우주배경복사를 더 높은 해상도로 관측해 우주의 여러 물리량을 상당한 정확도로 추정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우주배경복사 끝장내기’라는 목표로 쏘아 올린 플랑크 위성은 우주의 물리량을 더욱 정밀하게 결정할 수 있게 했다. 끊임없는 관측이 이루어지면서 표준 우주론은 정확한 수치를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정밀과학이 되었다. 이것은 1929년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관측되면서 현대 우주론이 시작된 지 100년도 지나지 않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과학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이다. 과학의 신뢰는 결과가 어느 정도 믿을 만한가가 아니라 과정의 엄밀함에서 얻어진다.
-「책머리에」에서


『빅뱅의 메아리』에 실린 우주배경복사 탐사 과정에는 우주론 발전 역사의 중요한 발견들이 차례로 포함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 결과에 환호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관측, 연구하는 과정을 살피면 ‘결과의 놀라움’ 이상으로 일상의 영감을 얻게 되고, 무한한 지적 확장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우주배경복사는 절대온도 3도가 채 되지 않는 차디찬 우주 공간을 떠도는 희미한 빛이다. 이강환 박사는 이 희미한 빛을 정성스레 명료한 글에 담아 독자의 얼굴에 환히 비춰준다. 평소 천문학에 관심을 가져왔다면 프레드 호일의 정상 상태 우주론과 조지 가모프의 빅뱅 우주론 간에 있었던 격렬한 논쟁과 1964년 펜지어스와 윌슨에 의한 우주배경복사의 극적인 발견이 빅뱅 우주론의 손을 들어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주배경복사에 담겨 있던 진정한 우주론의 혁명은 1989년 COBE 위성이 탐사를 시작한 이후에 비로소 일어났다는 사실까지 깨닫고 있는 독자들은 아직 한국에 많지 않다. 138억 년 전에 있었던 양자들의 미세 요동이 오늘 우리의 존재를 있게 했다는 사실에 소름끼쳐본 경험이 없다면 당신에게는 아직 이 혁명이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빅뱅의 메아리』는 바로 당신을 위한 책이다.

윤성철 천문학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