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욱

1952년 경상남도 두메산골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초중고를 다녔다.

그가 난생처음 ‘일본’을 대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어느 날 저녁 한 급우의 집에 놀러 갔더니 그의 부모님이 TV로 일본방송을 보고 계셨다.

당시 부산에서는 일본방송 전파가 아주 잘 잡혔다.

화면에는 외계인 같은 거인들이 벌거벗은 몸으로 나와 밀고 당기고 있었다.

그것이 일본씨름 ‘스모’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왔다.

하필 일본어과를 택한 것이 소싯적부터

일본이 낯익었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한다.

대학에서 그는 도통 일본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대학 신문사에서 학생기자로 뛰는 게 한결 재미있었다.

도중에 군대를 갔다 오고, 가까스로 졸업은 했으나

그의 일본어 실력은 본인도 민망해하리 만치 형편없었다.

그러고도 어떻게 일본 교도통신共同通信 기자가 되었는지 신기한 노릇이다.

기자가 되고 나니 일본어로 기사를 써야 했다.

이때부터 실전 일본어를 닦느라 눈물겨운 분투를 벌였다.

그렇게 4년을 지내는 사이에 자연스레

일본의 명明과 암暗을 곰곰 뜯어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 후 〈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국민일보〉 도쿄특파원, 문화부장을 거치면서

그에게는 일본이 항상 잘 풀리지 않는 숙제였다.

일본라디오단파방송과 일한문화교류기금 등 두 일본 단체로부터 상까지 받아

일본 제대로 알기의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

오늘도 ‘일본문화연구소’라는 간판을 버겁지만 홀로 짊어지고 다닌다.

지은 책으로 『짚신 신고 사쿠라를 보아하니』『물구나무 서서 본 일본』

『일본, 키워드 99』『조양욱 일본을 묻는다』 등이 있다.


마음산책 저서  『열 명의 일본인, 한국에 빠지다』